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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영e`s 문예+전체보기

다가갈까, 기다릴까, 지켜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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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이 무엇인지, 정념이 무엇인지를 처음 알게 된 때에,
그러니까 관계에 대해 눈을 처음 뜨게 된 그때에는, 언제나 '다가갈까,기다릴까'를 고민하게 됐다.
고민에 빠져서 내가 무엇을 향해 다가가려고 하는지마저 잠깐씩 잊을 정도였다.
그때는 고민이라는 말보다는 어쩌면 계산이라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관계에 대해 , 꼭 원하던 것을 얻고 싶기에, 조심스러워서 하던 갈등이었기 때문이다.
기다리기만 하다가는 꼭 잃을 것만 같아서 다가갔고,
다가갔다가는 꼭 상처를 입을 것만 같아서 기다렸다.
서성이느라 모든 날들이 피곤했다.

불 켜진 그 집 창문을 바라보거나, 텅빈 그네에 앉아서 고민에 빠지거나,
우연을 가장하기 위해 꼭 만날 것만 같은 길목에서 불철주야 서성였다.
그 와중에서 행복에 빠지기도 했고 불행에 빠지기도 했다.
행복이거나 불행이거나 간에, 그 어디든 빠져서 허우적대던 시절이었다.


이제는 다가갈까 기다릴까를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그냥 지켜보게됐다.
이것은 살아온 날들이 만든 현명한 태도이지만은 않다. 정념의 불꽃을 다스렸다는 절제 또한 아니다.
소중한 것들이 내 품에 들어왔던 기억, 그 기억에 대한 좋은 추억만을 갖고 있진 않기에,
거리를 두고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일종의 비애인 셈이다.
나를 충족시키는 경우보다 결핍 그대로가 더 나은 경우를 경험해보았다.
그것은 나만을 생각했던 시절들을 지나와서 관계 자체를 배려하게 됐다는 뜻도 있지만,
그 배려에는 쓰디쓴 상처의 흔적들이 배어 있다.
지켜보고 있음이 꽤 오랫동안 변치않는 은은한 기쁨을 선사해줄 거라는 패배 비슷한 믿음 또한 있다.
그러므로 바라던 것이 나에게 도래하지 않아도 잘 살 수 있게 되었다.
바라던 것들이 줄 허망함을 더 이상 겪고 싶지 않은 '외면'이란 감정의 부축을 받으며,,


저쪽에 한 사람이 있다.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떤 상처를 껴안고 그 상처를 밤마다 핥고 있는지,
눈빛은 항상 우울하고 어깨는 축 처져 말이 없는 사람이 있다.
어쩌다 우연히 마주보고 앉아도, 어깨를 나란히 걷고 있어도 고개를 떨구거나 먼곳을 본다.
그럴 때에 무슨 말을 건네고 싶지만, 말은 안으로 삼킨다. 아주 약간 입술을 움직여 미소 정도만 띄어본다.
그러다가 헤어질 무렵, 부러 씩씩하게 인사를 나누고 씨익 웃는다.
아무 쓸모 없지만, 쓸모없음이 은은히 쌓여가서 희미한 달빛 하나쯤은 만들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눈부시고 환하던 모든 불빛들이 명멸하다 잦아지고 난 후에,
그 희미하던 나의 달빛이 유일한 빛이 되어주는 밤이 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럴 때 나의 달빛에 온몸이 젖는 듯한 느낌이 그에겐 들 것이다.
오지 않을지도 모를 그때를 위해서 혹은 오지 않아도 상관은 없기에, 마음에 들어온 사람을 이토록 지켜만 본다.
이 사업은 많이 적적한 일이지만, 이 적적함의 속살에는 견딜만한 통증을 수반하는 훈훈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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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사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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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4 11:41 2008/04/24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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